여는말
인테리어를 처음 계획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정도 들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공사 견적서를 받아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도대체 저 ‘간접조명 설치’가 왜 저 가격인지, ‘도배·도장’ 항목이 왜 이중으로 들어가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다. 견적서를 이해하는 순간, 손해 볼 일이 사라진다. 지금 이 글을 끝까지 읽는다면 인테리어 견적의 기본 구조, 항목별 체크 포인트, 요즘 시세 기준에서 합리적인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까지 알 수 있다.
인테리어는 ‘공사’라기보다 ‘기획’이다. 그 기획의 출발점이 견적서라는 사실, 이제는 제대로 알고 시작하자.
인테리어 견적의 기본 구조, 이걸 모르면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인테리어 견적은 단순히 총금액만 보면 안 된다. 전체 구조를 공정별로 쪼개서 분석해야 제대로 된 비교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는 철거, 바닥, 벽체, 천장, 조명, 가구, 설비, 전기, 기타(청소·폐기물 등) 항목으로 나뉜다.
예를 들어 바닥 공사만 해도 자재가 장판인지, 강마루인지, 원목인지에 따라 단가가 완전히 달라진다. 장판은 평당 4~6만 원, 강마루는 7~9만 원, 원목마루는 10만 원 이상이 일반적이다.
천장 조명도 간접조명, 레일등, 매립등 등 종류에 따라 자재비와 시공비가 각각 붙는다. 견적서에 그냥 ‘조명 설치’라고 적혀 있다면, 어떤 조명을 몇 개 설치하는 건지 반드시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힘들 것이다. 처음엔 생소한 용어가 많고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항목별로 분해해서 보면 생각보다 구조는 단순하다. 핵심은 총금액이 아니라, 세부 내역을 보는 눈이다.
시세를 알아야 바가지 안 쓴다
현재 기준으로 인테리어 시공의 평균 단가는 다음과 같다. 도배(실크 벽지 기준) 평당 1만 5천~2만 원, 페인트 도장은 1만~1만5천 원, 시스템 에어컨 설치는 1대당 150만~250만 원 수준이다.
가구 제작은 싱크대 기준 m당 80만~130만 원, 붙박이장은 100만 원부터 시작된다. 전체 30평형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경우, 옵션에 따라 2,000만 원대부터 5,000만 원까지 다양하게 형성되어 있다.
이 수치는 디자인, 자재 선택, 철거 범위, 배관 전기 변경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중요한 건 단가가 아니라 자재와 시공 방식이 내가 원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지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예쁘다고 덜컥 계약했다가, 후에 추가 비용이 우수수 붙는 일이 많다. 견적서는 처음부터 꼼꼼히, 전체가 아닌 세부를 비교해야 한다.
견적 비교, 단순히 총액 비교하면 절대 안 된다
서로 다른 업체에서 받은 견적서를 비교할 때 가장 흔한 실수는 총액만 보는 것이다. A업체는 2,900만 원, B업체는 3,200만 원이라면 당연히 A가 싸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A가 사용한 자재가 B보다 저급이거나, 항목이 누락됐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조명, 전기, 도장 공사 등에서 항목이 빠지거나 일괄 항목으로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전기공사 일괄 250만 원’이라고만 적혀 있다면, 콘센트 몇 개 교체하는 건지, LED 매입등은 포함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좋은 견적서는 단가와 수량, 자재명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삼성 LED 매입등 15W, 5개, 개당 3만 원, 시공비 포함’ 식으로 적혀 있어야 나중에 누락이나 비용 추가 문제가 없다.
어려운 것이 이해된다. 숫자가 많고 자재명이 낯설면 어디서부터 확인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그럴 때는 가장 비싼 항목과 누락 가능성이 높은 항목부터 역순으로 체크해보는 게 효과적이다.
견적에 영향을 미치는 ‘숨은 변수’들
인테리어 견적에서 간과하기 쉬운 변수들이 있다. 철거 후 드러나는 추가공사, 이사 시기, 자재 수급, 현장 접근성 등이다.
특히 오래된 아파트의 경우, 벽을 철거하다가 배관이 드러나거나, 전기선이 기준보다 얇은 경우 전면 교체 공사가 추가될 수 있다. 이런 경우 추가 비용으로 수백만 원이 붙을 수 있으니 계약 전 ‘추가 발생 시 대응 방식’에 대해 반드시 미리 약정해야 한다.
또한 공사 시기 역시 중요하다. 연말·설날·여름휴가 시즌은 인건비가 상승하고 자재 수급도 어려워져, 평균 견적보다 15~20% 이상 높아질 수 있다.
급할 필요 없다. 하루 이틀 늦게 계약하더라도, 견적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비교한 뒤 결정하면 수백만 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지금 확인 가능한 인테리어 견적 서비스는?
현재 국내에서 신뢰도 높은 인테리어 견적 비교 플랫폼은 ‘오늘의집’, ‘집닥’, ‘하우스텝’ 등이 있다.
‘오늘의집’은 무료 견적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공 내역별 단가 평균을 공개하고 있어 예산 계획에 도움이 된다. ‘집닥’은 견적서 내역에 대해 전문 매니저가 검토해주는 구조이고, 시공 후 하자보수 기간도 명확히 보장한다.
또한 ‘LG Z:IN’과 같은 브랜드 인테리어 플랫폼은 실측 기반 견적 제공과 더불어 자재 품질을 브랜드로 보장하기 때문에 자재에 대한 불안이 적은 편이다.
플랫폼을 통해 여러 견적을 받아보되, 단순 가격이 아니라 세부 항목별 설명, 자재 브랜드, 공정 순서 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견적서를 읽는 눈만 있어도, 전체 비용의 10%는 줄일 수 있다.
맺는말
인테리어는 단순히 ‘얼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아는 게 진짜 중요하다.
비슷한 가격에도 어떤 사람은 만족하고, 어떤 사람은 후회하는 이유는 견적서를 얼마나 꼼꼼히 살펴봤는지에 달려 있다.
처음엔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항목 하나씩 확인하고 자재를 알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나에게 맞는 설계와 시공을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손해 보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견적서를 자세히 읽어보자. 그 작은 차이가 수백만 원짜리 결과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